하루에 1편만 운행하므로 일부러 타기 위해 시간을 짜지 않으면 구경하기도 어렵다.
전날 밤 토쿄를 출발해 이즈모까지 가는데,
아침에 몇 군데 역에 정차한다.
필자는 이걸 밤에 타겠다고 다시 토쿄나 시즈오카, 하마마츠 같은 곳까지 돌아갈 생각이 없었고,
(시즈오카나 하마마츠는 밤 12시 넘어서 정차한다... 기다리다가 지쳐 죽을 것임...)
또 거기서 타면 기나긴 여정이 너무 지루할 것이라고 예상되었다.(느리다... 이즈모에 오전 10시 도착...)
아침에 정차하는 역에 가서 타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침대차 체험도 충분히 하면서, 공연한 고생을 할 필요도 없을 것이 아닌가?
다만 이렇게 하면 전날 밤 숙박비는 따로 추가되므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다면 이래서는 안될 것이다.
필자는 어차피 여행 막바지이고... 그동안 꽤 절약했는데 굳이 사서 고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전날 미리 쿄토역에 들렀었다고 12일차 기행문에 적었었다.
다른 용무로 들른 것이었지만, 또한 들른 참에 여기서 미리 선라이즈 이즈모의 노비노비 좌석을 예약했다.
예약은 간단하다. 매표소에 가서 JR패스를 보여주면서 말하면 표를 준다.
직원이 신기했는지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다.
하긴 침대열차 잠자면서 가려고 타지 누가 이동만 하려고 아침에 올라타겠나...
필자가 탄 곳은 오카야마(岡山). 6시 27분 정차.
선라이즈 이즈모(サンライズ 出雲)와 선라이즈 세토(サンライズ 瀬戸)가 같이 연결되어 오다가
이 오카야마 역에서 갈라져 제 갈 길을 가게 된다.
필자가 타는 쪽은 선라이즈 이즈모! 엉뚱하게 세토에 오르면 시코쿠 섬으로 가 버리니 조심.
그 중 가장 저렴한 곳이 이 노비노비(ノビノビ) 좌석이다.
좌석이라고는 하지만 딱딱한 2층침대를 쭉 연결해 놓은 형태이다.
JR 보통패스로 예약만 하면 무료!
자면서 가실 분이라면 숙박비가 굳으니 정말 좋은 서비스다.
잠이나 더 자야겠다고 누워서 자다 깨어나니 어느덧 요나고(米子) 근방까지 왔다.
여기서부터는 산인혼센(山陰本線)이다.
아, 사실 오카야마에서 이즈모까지는
특급 야쿠모(やくも, 八雲)가 운행한다. 하지만 첫 차가 8시 넘어서 출발하므로...
만일 아침 8시 이후에 이동하실 분이라면 당연히 야쿠모를 타시면 된다. 이것도 한 3시간 걸린다.
일본 유수의 호수 중 하나이며, 바다와 연결되어 있어 염분이 좀 섞여있다고 한다.
왜 사람들이 이 낙후된 촌동네인 시마네 현의 중소도시 이즈모로 몰려드는가?
왜 선라이즈 이즈모가 있는가 이즈모로 오는가?
왜 특급 야쿠모가 이즈모로 오는가?
필자와 같이 내린 사람들 중에 상당수가 이치바타 전철역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이유는 똑같다.
이즈모 타이샤(出雲 大社)
일본에서 이세 진구와 함께 쌍벽을 이룰 만한 최고 권위의 신사.
직통 급행이 있기는 한 모양인데 자주 운행하지를 않는다.
사진을 보시다시피 카와토(川跡) 역에서 이렇게 선로를 건너 옆에서 대기중인 열차로 갈아타게 된다.
뭐 대부분이 이즈모 타이샤로 가는 관광객/참배객인지라,
대부분 여기서 내려서 갈아타고, 또 다 갈아탈 때까지 열차가 기다려 준다.
이즈모시 역에서 타이샤 앞 역까지는 편도 480엔.
역에서 나와서 좌측(남쪽)으로는 옛 타이샤 철도역과 위 사진의 일본 최대의 토리이가 있고,
역에서 나와서 우측(북쪽)으로는 이즈모 타이샤와 히노미사키가 있다.
자, 위 사진의 흰색 토리이가 일본 최대의 토리이이다.
석조이며, 높이는 27미터.
토리이 옆에 수수한 안내판이 있으니 그것을 참조하시면 되겠다.
이즈모 신사가 얼마나 일본인에게 중요한지, 이 토리이만 봐도 벌써 짐작이 가지 않는가?
이것은 과거의 JR철도가 들어왔던 옛 이즈모 타이샤 역사이다.
지금은 멀리 남쪽 외곽으로 이전했지만, 과거에는 이렇게 이즈모 타이샤 앞까지 철도를 놓을 정도였다.
이렇게 선로랑 SL기관차도 남겨 두었고... 승강장을 보니 확실히 비교적 근래까지 썼던 곳 같다.
일본 황실에서 이즈모를 참배할 때 철도를 이용해 이 곳에 도착하곤 했었다고 한다.
내부도 다 돌아다닐 수 있는데 사진 수 관계로 생략.
한 가지 문제.
JR 이즈모시 역에서 코인락커가 모자랐다.
이치바타 전철역에서도 코인락커가 모자랐다. 하나 있었는데 규격이 JR이랑 달라서 여행가방이 안 들어가~
타이샤 앞 역에도 코인락커가 있는데 여기도 꽉 찼다!
으악! 재앙이다!
허 이런 말도 안 되는...
게다가 위 사진을 보시다시피 참배로가 자갈길이다...
막판에 코인락커가 없어서 고생길이 훤하다.
손씻는 곳도 사람들이 많아서 보이지가 않을 정도.
하지만 주말이라는 것 말고도 이유가 또 있었다.
이즈모는 워낙 신성한 곳이라 본전(혼덴)을 아무때나 공개하지 않는다.
또한 때는 헤이세이 천황시대의 천궁(이궁) 기간.
60~70여년에 1번 꼴로 있어왔던 천궁 기간인 것이다~
그래서 난리도 아니다. 젠장.
가짜 배전을 세워놓은 것도 그 과정에 있다.
자세한 설명은 한없이 길어질 것 같아 생략.
마침 8월 초를 맞아 대대적으로 일반인 본전 참배를 신청받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흰 천막도 잔뜩 세워두고 확성기로 이리저리 안내하고... 어휴... 정말이지 북새통이 따로없네.
그런데, 여기서 뭔가 이즈모 타이샤가 다른 신사들과 다른 점이 하나 보이지 않는가?
어차피 독자분들께서는 별로 찾아볼 마음이 없으실 테니 그냥 알려드리겠다.
이즈모 신사 경내의 나무들은 삼나무가 아니라 소나무 계통이다.
일본의 신사 상당수가 삼나무를 신성시하는데에 반해 이즈모는 소나무 일색.
이즈모의 권위를 감안하면 특이한 예외가 아닐 수 없다.
무지막지하게 큰 시메나와(주련승,注連繩)가 걸려있다.
그리고 사진처럼 사람들이 새끼줄 다발의 틈으로 동전을 던져서 끼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제로 끼워진 동전들이 있더군... 성공률은 낮은데...
하여간 이 사람들 신사에 보태주는 방식도 참 다양해... 아이디어가 대단한 듯...
그냥 본전을 둘러싼 담장을 따라 천천히 한 바퀴 돌고 가기로 했다.
여기는 뒤쪽에 있는 작은 말사인데,
본전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여기에서라도 이렇게 정성을 다해 참배를 한다.
이 뒤에 있는 작은 산 이름이 바로 야쿠모(八雲)산이다.
특급열차 야쿠모가 여기서 이름을 땄다.
오타쿠계로 들어와 보면 '스튜디오 에고'의 게임 '이즈모' 시리즈 라든가,
게임 '동방프로젝트' 시리즈의 캐릭터 '야쿠모 유카리' 등등...
이런 것들이 다 이 이즈모 신사와 야쿠모 산에서 나왔음을 모르시는 오타쿠 분은 없겠지.
히노미사키 지역은 여기서 또 버스로 한참 더 가야 하고... 나중에 또 오게 되면 가야겠다.
이번 이즈모 관광은 인파에 치이며 여행가방을 끌고 다니느라 쉽지가 않았다.
게다가 뙤약볕까지... 아무튼 코인락커가 동난 것이 최악이었다.
이 동네 특산물이라면...
토가쿠시 소바 등과 함께 일본의 3대 소바라는 이즈모 소바가 있고,
나름 열심히 노력하는 시마네 와인이 있겠다. (별로 알아주지 않지만 와인 매니아라면...)
이즈모 역으로 돌아갔다.
JR패스로 히로시마행 JR버스(미코토/수퍼 미코토)를 탈 수 있다는 정보가 있어서 버스 안내소에 가 보았는데,
안타깝게도 시간별로 되는 버스가 있고 안 되는 버스가 있단다. 아아... 안돼... 아침 버스들만 된다니...
할 수 없이 한참 기다려 JR 특급열차 수퍼 오키를 타고 신야마구치(新山口)까지 가기로 했다.
그런데 수퍼 오키는 예상(3량)보다도 작은 고작 2량짜리 열차!
앞칸은 지정석이고 뒤칸만 자유석! 타 보니 만원!
고츠였나... 하마다였나... 거기까지 자리가 없다가 겨우 자리가 생겼다.
중간에 관광도시로 유명한 츠와노를 지났는데 관심도 없었다. 피곤~
신야마구치에서는 신칸센으로 갈아타고 하카타 까지 왔다.
후쿠오카(하카타) 기행은 14일차 글에서 한데 묶어서 보여 드리겠다.
실은 이 날 저녁 일정이 포함되어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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